김대동 대현수산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진도 갯지렁이 양식장 앞바다를 배경으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진도군 고군면 오류마을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김대동(37·사진) 대현수산 대표의 갯지렁이 양식장(800평, 약 2600㎡)이 펼쳐진다. 지난 2012년 이곳에 터를 잡은 김 대표는 갯지렁이 양식과 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
부산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법조인을 꿈꿨다. 경남의 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중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를 만났다.
사법고시의 높은 벽에 씨름하고 있을 때 여자친구 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양식업과 인연을 맺었다. 김 대표는 장인을 따라온 진도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갯지렁이 양식장은 현재 진도에서 6곳이 운영되고 있다.
진도 어업계는 김과 전복 양식에 주력하고 있는 터라 갯지렁이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높지 않은 편이다. 경남 지역에서 양식장을 내볼까 생각했지만 초기 투자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진도를 택했다.
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서 양식장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관련 사업을 하는 장인에게 법률적 조언을 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양식장 인허가를 받기 위해 마을 주민의 동의를 구하러 발품을 팔아야 했다. 양식장을 짓고 난 뒤에도 크고 작은 오해가 생겨 마찰이 일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주민들이 양식장 때문에 피해를 볼까 걱정했지만 차츰 마음의 문을 열었다”며 “지금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갯지렁이 양식은 인내심이 필수 요소다. 갯지렁이는 2년에 한 번씩 대량 출하할 수 있다. 김 대표는 1년에 2~3t 정도 생산하고 있다. 양식 갯지렁이는 수조 속 모래를 파 보아야만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하다.
1년 주기로 지렁이 수조를 옮겨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폐사되는 경우도 많다. 말 그대로 지렁이 수조를 ‘끼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김 대표가 확보한 양식장 부지는 총 1800평으로 앞으로 수조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그는 최근 수개월 동안 진도와 제주도를 오가면서 갯지렁이 양식 규모를 키우는 작업을 해왔다.
6년째 갯지렁이 양식과 유통 전 과정을 도맡으면서 단골 고객이 생겨났다. 그는 전국 15곳의 도매 고객을 확보했다. 직접 낚시용품점을 찾아 다니면서 고객층을 단단히 다져놨다. 갯지렁이 수요가 많은 가을에는 김 대표처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양식장이 흔치 않기 때문에 그를 찾는 고객이 부쩍 늘어난다. 초기 시행착오를 겪은 뒤 김 대표는 현재 연 매출 1억 5000만~1억 6000만 원을 올리고 있다.
김 대표는 “유통망을 갖추기 전 홀로 전국의 낚시용품점을 돌아다닐 때는 모두 미심쩍어했다”며 “고객의 주문에 철저히 맞춰주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이 주최한 ‘수산업 청년 창업 성공사례 심포지엄’에서 ‘바다, 새로운 희망’이라는 제목의 경험담을 선후배 귀어인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대학 연구 자료를 찾아보고, 교수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김 대표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는 6월부터 한여름까지다. 혼자 진도에서 살고 있는 김 대표는 ‘월말 부부’를 자처하고 있다.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난 뒤 가족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만 최근 그에게 기쁜 일이 생겼다. 김 대표는 “아내 뱃속에서 5개월째 크고 있는 아이가 큰 위안이 된다”며 “앞으로 아버지라는 이름도 얻게 되니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광주일보/글·사진=백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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