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영광 낙월도에서 문을 연 진달래(來)식당 앞에서 한정수 해양수산부 사무관 등 국민디자인단, 마을주민들이 낙월도의 번영을 위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 제공〉
“너무 맛있습니다. 책상에만 앉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공무원들이 머나먼 낙도까지 찾아와 이렇게 힘든 일을 하니 고맙고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5일 오후 진달래(來) 식당이 개장한 영광 낙월도에 오랜만에 주민들이 한데 모였다.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로 나뉘어 서로 ‘경쟁’하며 살아왔던 낙월도 주민들이 함께 모인 것은 기억에 없을 정도로 오랜만이다.
영광 향화도항에서 1시간을 가야하는 낙월도는 나지막한 산봉우리들이 있어 도시민들에게 트레킹코스로 인기가 높지만,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관광객들의 불편이 컸다. 새우잡이에 종사하는 섬 주민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느라 외지인들을 외면하고 불편하게 여겼다.
새우젓과 명품 경관을 지닌 낙월도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것은 지난 2016년 해양수산부의 어촌개발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부터다. 해양수산부가 낙월도의 잠재력을 파악, 지난 6월 28일 ‘국민디자인단’을 파견했기 때문이다.
해수부, 한양대, 한양여대, 영광군, 한국농어촌공사로 구성된 국민디자인단은 관광객을 위한 식당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 조그마한 식당을 만들어 낙월도의 특산물로 요리를 만들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국민디자인단은 한정수 해수부 어촌어항과 사무관과 이민영 주무관, 강동선 한양여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박재민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교수, 윤성은 한국농어촌공사 어촌기획부장, 김영 과장, 박영채 영광군 해양수산과장, 김민수 주무관, 최주연 서울 워커힐호텔 셰프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휴가를 얻거나 주말을 이용해 매주 낙월도를 찾아 컨테이너를 설치한 후 페인트칠, 탁자 및 의자 제작, 내부 리모델링, 요리기구 설치, 음식 개발 등 식당 개소에 필요한 모든 일을 분담해냈다.
박영태 하낙월도 어촌계장은 “진달래 식당 개장을 위해 공무원들이 페인트를 칠하고, 목수가 돼 가구를 만드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며 “이제 상낙월도, 하낙월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식당을 잘 운영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개소식 전 상낙월도·하낙월도 주민대표회의를 가진 주민들은 대표 8명으로 구성된 진달래식당운영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낙월도에 들어선 진달래식당은 오는 19일까지 시범운영기간에 진달래우동, 버무리(비빔밥), 팔랑개비피쉬앤칩스 등의 메뉴를 저렴하게 판다. 새우젓 등 지역특산물도 전시·판매할 예정이다.
첫 손님인 노득용(54)·김원숙(53) 부부는 “낙월도를 찾아 가장 아쉬운 부분이 먹을만한 식당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며 “가격이나 맛은 물론 경치도 뛰어나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고 호평했다.
광주일보/윤현석기자 chadol@·영광=이종윤기자